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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글 | 너에게55

김용택, 산 산 김용택 하루 해가 떠서 다 지도록 천번 만번이나 당신을 떠났어도 나는 하루종일 당신 곁에 꼼짝없이 서 있었습니다. 2021. 10. 20.
서덕준, 너를 쫓는 근위병 너를 쫓는 근위병 서덕준 저기 저 하늘 좀 봐 달이 손톱처럼 실눈 떴다 네 손톱일까? 어쩐지 살구색 노을이 네 뺨을 닮았다 했어 갈대가 사방으로 칭얼댄다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겠지 어느덧 네 짙은 머리칼처럼 하늘에도 먹색 강물이 흐른다 너를 향해 노를 젓는 저 달무리를 봐 머리 위로 총총한 별이 떴구나 마치 네 주근깨 같기도 해 그래 맞아 그만큼 어여쁘단 뜻이야 저기 저 들꽃 좀 봐 꽃잎이 사정없이 나풀거린다 네 눈썹일까? 아니면 네 입술일까? 2021. 10. 19.
나태주, 멀리서 빈다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2021. 10. 18.
서덕준, 마르지 않는 강 마르지 않는 강 서덕준 처음 마주치는 순간 너는 큰 강이 되어 나에게 흐르고 나의 마음을 가로질렀다 하는 수 없지, 차마 건널 수 없어 평생을 너의 강변에 걸터앉아 네가 마르기를 기다릴밖에. 2021. 10. 18.
황인찬, 겨울메모 책상을 가운데 두고 너와 마주 앉아 있던 어느 겨울의 기억. 학교의 난방시설이 온통 고장 나는 바람에 입을 열면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저녁의 교실. 네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퍼져가는 모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는 생각. 뭘 보느냐고 네가 묻자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 너, 라고 대답하고 말았던 그날. 2021. 10. 18.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 2021. 10. 18.
최지은, 사랑 그 한송이 사랑 그 한송이 최지은 꽃을 쥔 손. 너의 숨겨진 입술은 사랑을 말하였다. 겉도는 꽃잎들 스치는 너의 숨 사랑을 간질이는 그 잔망함에 베여버린 시선 낱낱이 너에게 파묻힌 내 얼굴 감은 눈 아래 들켜버린 꽃 한송이 사랑이여라. 2021. 10. 17.
김민호, 비가 온다 비가 온다 김민호 비가 온다.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겠다. 보고싶다. 2021. 10. 17.
최지은, 각인 각인 최지은 따스한 햇볕 사이로 젖은 몸을 웅크렸다 내 젖은 머리칼을 헤치어 하얀 목덜미를 물은 나의 태양, 뜨겁고 노랗게 새겨진 빛자욱 해를 담은 너의 각인 나 마른 몸을 펼쳤다 내게 참 따뜻한 오후가 왔다 2021. 10. 17.
포피응당, 탐 탐 포피응당 생각해보면 당신이 너무 탐나서 당신도 나를 탐냈으면해서 나는 얼마나 탐스러운 척 했던가 2021.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