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좋은글 | 너에게55

엄지용, 영화 영화 ​ 엄지용 ​ 너와 영화를 보러 가면 나는 종종 스크린 대신 너를 보곤 했다 영화를 보는 너를 바라봤다 ​ 즐거운 장면을 보는 너는 어떤지 슬픈 장면을 보는 너는 어떤지 너는 매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그렇게 너를 바라보곤 했다 ​ 그러다 너와 눈이 마주칠 때면 내겐 그 순간이 영화였다 2020. 5. 4.
김용택, 다 당신입니다 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꽃 피는 대로 살구꽃이 피면 살구꽃이 피는 대로 비 오면 비 오는대로 ​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손 잡고 싶어요 ​ 다 당신입니다 2020. 5. 4.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 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2020. 5. 4.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中 2020. 5. 1.
나선미, 사랑방 첫 손님 사랑방 첫 손님 ​ 나선미 ​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는 이가 있다. 나는 부른 적이 없는데, 어느 밤 문득 창문을 두드리는 자. ​ 나는 네가 첫눈인 줄 착각하던 때도 있다. 마음이, 하도 설레기에. 2020. 5. 1.
김용택, 환장 환장 ​ 김용택 ​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앉아 놀다가 한줄기 바람에 날려 흐르는 물에 떨어져 멀리멀리 흘러가버리든가 ​ 그대랑 나랑 단풍 물든 고운 단풍나무 아래 오래오래 앉아 놀다가 산에 잎 다 지고 나면 늦가을 햇살 받아 바삭 바삭 바스라지든가 ​ 그도 저도 아니면 우리 둘이 똑같이 물들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버리든가 2020. 5. 1.
이창훈, 폭우 폭우 ​ 이창훈 ​ 지금껏 나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 서서히 젖을 새도 없이 젖어 ​ 세상 한 귀퉁이 한 뼘 처마에 쭈그려 앉아 ​ 물먹은 성냥에 우울한 불을 댕기며 ​ 네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2020. 5. 1.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 2020. 5. 1.
나선미, 별에게 별에게 ​ 나선미 ​ 별이 뭐가 예뻐, 한비짝에 훨씬 웅장한 달이 있는데, 별이 뭐가 근사하다는 거야. ​ 네가 근사한 사람들 속에서 말했다. ​ 별이 많긴 하지, 근데 유독 눈에 걸리는 별이 있단 말이지. ​ 내가 너를 보며 말했다. 2020. 5. 1.
서덕준, 휘청 휘청 서덕준 왜 이리도 징검돌을 허투루 놓으셨나요. 당신 마음 건너려다 첨벙 빠진 후로 나는 달무리만 봐도 이제는 당신 얼굴이 눈가에 출렁거려 이다지도 생애를 휘청입니다. 2020.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