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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46

나태주, 멀리서 빈다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2021. 10. 18.
서덕준, 마르지 않는 강 마르지 않는 강 서덕준 처음 마주치는 순간 너는 큰 강이 되어 나에게 흐르고 나의 마음을 가로질렀다 하는 수 없지, 차마 건널 수 없어 평생을 너의 강변에 걸터앉아 네가 마르기를 기다릴밖에. 2021. 10. 18.
황인찬, 겨울메모 책상을 가운데 두고 너와 마주 앉아 있던 어느 겨울의 기억. 학교의 난방시설이 온통 고장 나는 바람에 입을 열면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저녁의 교실. 네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퍼져가는 모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는 생각. 뭘 보느냐고 네가 묻자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 너, 라고 대답하고 말았던 그날. 2021. 10. 18.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 2021. 10. 18.
최지은, 사랑 그 한송이 사랑 그 한송이 최지은 꽃을 쥔 손. 너의 숨겨진 입술은 사랑을 말하였다. 겉도는 꽃잎들 스치는 너의 숨 사랑을 간질이는 그 잔망함에 베여버린 시선 낱낱이 너에게 파묻힌 내 얼굴 감은 눈 아래 들켜버린 꽃 한송이 사랑이여라. 2021. 10. 17.
김민호, 비가 온다 비가 온다 김민호 비가 온다.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겠다. 보고싶다. 2021. 10. 17.
최지은, 각인 각인 최지은 따스한 햇볕 사이로 젖은 몸을 웅크렸다 내 젖은 머리칼을 헤치어 하얀 목덜미를 물은 나의 태양, 뜨겁고 노랗게 새겨진 빛자욱 해를 담은 너의 각인 나 마른 몸을 펼쳤다 내게 참 따뜻한 오후가 왔다 2021. 10. 17.
김용택, 참 좋은 당신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2021. 5. 25.
백희다, 너는 또 봄일까 너는 또 봄일까 백희다 봄을 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여름이 오면 잊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네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너는 여름이었나. 이러다가 네가 가을도 닮아있을까 겁나, 하얀 겨울에도 네가 있을까 두려워. 다시 봄이오면 너는 또 봄일까. 2021. 5. 24.
황강록, 검고 푸른 날들 검고 푸른 날들 황강록 난 네가 누군지 몰랐어. 너는 햇살이었고, 바람이었고, 즐거운 충동이었지. 너는 가루같은 물방울이었고, 춤이었고, 맑고 높은 웃음소리 항상 내게 최초의 아침이었어. 2021.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