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46 나선미, 별에게 별에게 나선미 별이 뭐가 예뻐, 한비짝에 훨씬 웅장한 달이 있는데, 별이 뭐가 근사하다는 거야. 네가 근사한 사람들 속에서 말했다. 별이 많긴 하지, 근데 유독 눈에 걸리는 별이 있단 말이지. 내가 너를 보며 말했다. 2020. 5. 1. 서덕준, 휘청 휘청 서덕준 왜 이리도 징검돌을 허투루 놓으셨나요. 당신 마음 건너려다 첨벙 빠진 후로 나는 달무리만 봐도 이제는 당신 얼굴이 눈가에 출렁거려 이다지도 생애를 휘청입니다. 2020. 5. 1. 윤보영, 그리움이 깊다 보면 그리움이 깊다 보면 윤보영 가끔 아주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봤어. 화분에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썩는 것처럼 너무 많은 그대 생각에 혹 내 그리움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일 거야. 그리움이 깊다 보면 바위에도 뿌리내리는 게 사랑이거든. 2020. 3. 28. 나희덕, 푸른 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2020. 3. 28. 이병률, 백년 백년 이병률 백 년을 만날게요. 십 년은 내가 다 줄게요. 이십 년은 오로지 가늠할게요. 삼십 년은 당신하고 다닐래요. 사십 년은 당신을 위해 하늘을 살게요. 오십 년은 그 하늘에 씨를 뿌릴게요. 육십 년은 눈 녹여 술을 담글게요. 칠십 년은 당신 이마에 자주 손을 올릴게요. 팔십 년은 당신하고 눈이 멀게요. 구십 년엔 나도 조금 아플게요. 백 년 지나고 백 년을 한 번이라 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을 보낼게요. 2020. 3. 28. 이정하,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2020. 3. 28.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