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글22 강정숙, 봄밤 봄밤 강정숙 열사흘 봄밤은 등뒤가 시리다. 사과나무 꽃눈 새로 혼 들이 들락이고 열락에 든 내 몸은 어둔데로 숨어든다. 울어야만 열리는 꽃의 몸도 아니면서 밤새워 내 발치에 풀향기가 오르고, 봄밤이었다. 너가고 나 홀로 오래도록 바스락거렸다. 2021. 10. 22. 서덕준, 가로등 가로등 서덕준 어둠 속 행여 당신이 길을 잃을까 나의 꿈에 불을 질러 길을 밝혔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는 일쯤은 포기하기로 했다. 2021. 10. 22. 안도현, 눈 오는 날 눈 오는 날 안도현 오늘도 눈이 펑펑 쏟아진다 흰 살 냄새가 난다 그대 보고 싶은 내 마음 같다 2021. 10. 20. 김용택, 산 산 김용택 하루 해가 떠서 다 지도록 천번 만번이나 당신을 떠났어도 나는 하루종일 당신 곁에 꼼짝없이 서 있었습니다. 2021. 10. 20. 서덕준, 너를 쫓는 근위병 너를 쫓는 근위병 서덕준 저기 저 하늘 좀 봐 달이 손톱처럼 실눈 떴다 네 손톱일까? 어쩐지 살구색 노을이 네 뺨을 닮았다 했어 갈대가 사방으로 칭얼댄다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겠지 어느덧 네 짙은 머리칼처럼 하늘에도 먹색 강물이 흐른다 너를 향해 노를 젓는 저 달무리를 봐 머리 위로 총총한 별이 떴구나 마치 네 주근깨 같기도 해 그래 맞아 그만큼 어여쁘단 뜻이야 저기 저 들꽃 좀 봐 꽃잎이 사정없이 나풀거린다 네 눈썹일까? 아니면 네 입술일까? 2021. 10. 19. 나태주, 멀리서 빈다 멀리서 빈다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2021. 10. 18. 서덕준, 마르지 않는 강 마르지 않는 강 서덕준 처음 마주치는 순간 너는 큰 강이 되어 나에게 흐르고 나의 마음을 가로질렀다 하는 수 없지, 차마 건널 수 없어 평생을 너의 강변에 걸터앉아 네가 마르기를 기다릴밖에. 2021. 10. 18. 황인찬, 겨울메모 책상을 가운데 두고 너와 마주 앉아 있던 어느 겨울의 기억. 학교의 난방시설이 온통 고장 나는 바람에 입을 열면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저녁의 교실. 네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퍼져가는 모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는 생각. 뭘 보느냐고 네가 묻자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 너, 라고 대답하고 말았던 그날. 2021. 10. 18. 포피응당, 탐 탐 포피응당 생각해보면 당신이 너무 탐나서 당신도 나를 탐냈으면해서 나는 얼마나 탐스러운 척 했던가 2021. 10. 17. 윤보영, 그리움이 깊다 보면 그리움이 깊다 보면 윤보영 가끔 아주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봤어. 화분에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썩는 것처럼 너무 많은 그대 생각에 혹 내 그리움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일 거야. 그리움이 깊다 보면 바위에도 뿌리내리는 게 사랑이거든. 2020. 3. 28.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