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글22 나희덕, 푸른 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2020. 3. 28. 이병률, 백년 백년 이병률 백 년을 만날게요. 십 년은 내가 다 줄게요. 이십 년은 오로지 가늠할게요. 삼십 년은 당신하고 다닐래요. 사십 년은 당신을 위해 하늘을 살게요. 오십 년은 그 하늘에 씨를 뿌릴게요. 육십 년은 눈 녹여 술을 담글게요. 칠십 년은 당신 이마에 자주 손을 올릴게요. 팔십 년은 당신하고 눈이 멀게요. 구십 년엔 나도 조금 아플게요. 백 년 지나고 백 년을 한 번이라 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을 보낼게요. 2020. 3. 28.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