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담 체크아웃을 하고 우리는 곧바로 담양 죽녹원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 일정이 모두 야외 스케쥴이어서 비가 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이틀 연속 날씨가 좋았다. (정말로 그는 날씨의 요정인가...?)
담양은 지역이 넓지 않아서 각 관광 명소까지 이동하는데 시간이 짧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조금 피곤하면 택시를 타는 것도 부담이 없을 듯 하여, 뚜벅이 여행객들에게도 적합한 여행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죽녹원은 정문, 후문이 있는데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매표를 하고 입장할 수 있다. 우리는 후문 쪽으로 들어가서 정문까지 갔다가 다시 후문으로 나왔다. (주차장에 차가 주차되어 있으므로...) 죽녹원 내부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돌아올 때는 다른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죽녹원을 모두 둘러보는데 걸린 소요시간은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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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 [| 국내 | 놀거리 정보/관광 명소] - | 담양 | 죽녹원 현황, 입장요금, 산책코스 소개(+죽림욕 효능)
대나무숲 안과 밖의 온도는 4~7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런데도 날이 많이 더워서, 경사면을 걸으니 땀이 났다. 비가 오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나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더운 건 힘들다...ㅜㅜ
걷다가 예쁜 포토스팟이 나와서 사진 한 장!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그는 사진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래서 나는 걷다가 예쁜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고 싶어서 자꾸 멈춰서게 되는데, 그러면 그의 행동에 잠깐씩 딜레이가 생긴다. 사진찍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이 과정이 매우 번거롭게 느껴지고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그는 불평 없이 나를 기다려 준다.
이렇게 일상에서 반복되는 사소한 배려들이 훨씬 더 힘든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의 기다림이 느껴지는 순간, 나는 미안하고 또 감사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죽녹원 지도를 보고 우리는 커플이니까! 당연히 사랑이 변치 않는 길이지! 하며 제 3길을 걷기로 했다. (570m 20분 소요) 길에 들어서자마자 불이정 이라는 예쁜 정자를 발견해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 한참을 누워있었다.
정자 앞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불이정이란 '이 곳에 머무는 연인들은 헤어짐 없이 사랑이 식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오?) 2015년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 즈음하여 그 해 9월 17일에 신축한 한옥 정자이다. 주변에 공기가 맑고 건강한 기운이 넘쳐 지역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불이정은 주변에 아늑한 한옥카페와 사랑을 맹세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많아서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이어주는 오작교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연인들이 불이정에서 사랑을 약속하면 결실을 맺게되고,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응?)
... 뭐 대단한 역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의 소원이 모이면 그 힘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응응?)
죽녹원은 이름 그대로 대나무로만 이루어진 숲이어서, 확실히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나는 대나무 숲에 가본 적이 없어서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매우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여기저기 마련되어 있는 포토 스팟에서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상상하는 대나무숲이란, 무림고수들이 칼싸움을 하는 아주 멋진 곳이었는데... 실제로 본 대나무숲은 대나무가 너무 빼곡하게 자라고 있어서 사람이 슈슉 하고 날아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_- 그래서 이래가지고서는 고수들이 칼을 휘두르기는 커녕, 한 번 제대로 뽑아볼수도 없겠다고 그에게 말했더니, 원래 그걸 노리고 대나무숲으로 유인하는 거라고 했다.
아... 그런거였구나? 🫢 대나무숲은 활을 쏘거나, 뭘 던지거나, 하는 자객들에게 유리한 장소였던 것이다. (이 때 깨달음)
무림 고수 같은 영양가 없는, 하지만 우리에겐 충분히 즐거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걷다가... 검고 뾰족한 것을 발견했다.
그 : 이건 새싹이야!
나 : 아냐 이건 대나무의 한 종류야!
안내판에서 본 대나무의 종류를 설명하며 내가 열심히 아는 척을 하고 있었는데, 코너를 돌아가니 더 키가 큰 새싹 혹은 대나무의 한 종류가 나타났고, 이어서 아래쪽은 대나무의 모습을 한(?) 그것이 나타났다. 그래서 검고 뾰족한 것의 정체는 대나무의 한 종류가 아니라 대나무의 새싹임이 밝혀졌다. 역시 잘 모를 때는 아는 척도 안해야 중간은 간다...🫠
걷다보니 금새 대나무에 정이 들어서 우리 집에서도 하나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죽순 채취 금지) 그리고 여기저기 대나무에 사람들이 낙서한 흔적들이 보였는데, 눈쌀이 찌뿌려졌다. 그냥 눈으로만 보면 좋을텐데... 왜 그러는건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걷다가 중간에서 작은 계곡? 폭포?를 발견했다.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함께 있는 팬더 모형들도 귀여워 사람들이 이 곳에서 기념 사진을 많이 찍었다. 우리도 따라서 찍었다-_-v
정문 근처에는 봉황루라는 전망대가 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올라가서 보면 반대쪽 영산강 문화공원이 한 눈에 보인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에는 공원 광장에서 외국인 아저씨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여기 외국인가...? 문득 든 낯선 감각이 기억에 남는다.
정문 구경을 하고 다시 들어와 후문까지 산책을 했다. 정문까지 갈 때는 사랑이 변치않는 길 - 운수대통길을 지났고, 다시 후문으로 돌아갈 때는 죽마고우길 - 운수대통 길(일부) - 사색의 길 - 성인산 오름길 - 철학자의 길을 지났다.
성인산 오름길은 경사가 심해서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들지만 250m 정도로 길지 않다. 오름길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 동네 언덕에 오르는 기분으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대나무 숲,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담양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담양 죽녹원은 메타세콰이어갈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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