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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 조이의 하루/하루 일기

그에게 받은 가을

by 조이 202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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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여행을 하던 도중, 객사에 놀러갔다가 그에게 꽃 선물을 받았다. 어떤 꽃이 좋냐는 물음에 알아서 예쁜 걸로 골라달라고 했더니, 그는 가을을 꼭 닮았다며 폼폰국화를 선택했다.

 

폼폰 국화(pompon chrysanthemum)는 동글동글한 귀여운 모양으로 퐁퐁국화라고도 불린다. '진실, 감사, 진심' 이라는 예쁜 꽃말을 가지고 있다. 주기적으로 줄기 끝을 대각선으로 잘라주고 얼음을 넣은 차가운 물로 갈아주면, 꽃이 빨리 시들지 않아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꽃이라고 꽃집 사장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전주 호텔에서는 세면대에 물을 받아서 넣어 두었다가, 집으로 고이 데려와서 지금은 주방 식탁 위에 예쁘게 피어있는 나의 폼폰국화~ 가끔씩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해 진다.

 

나는 꽃이 좋다. 그가 사준 꽃이라 더 좋다.

 


"떠나지 않을게."

 

확신할 수 없는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그가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을 찍으며 말했다. 

 

"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여기까지 오는게 힘들었잖아. 여덟계절도 벌써 지났잖아. 계속 옆에 있을게. 내가 여름도 사주고, 가을도 사주고... 얼마나 좋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겨울도 사줘."

"응."

"다음 해 봄도."

"응."

 

신뢰가 깨져 버려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을 내 것이라 착각하고 욕심내고 있었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계속 불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가 '떠나지 않을게.' 라고 다정하게 말해준 그 밤, 나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와 함께, 둘이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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