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5 서덕준, 도둑이 든 여름 도둑이 든 여름 서덕준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나의 여름이 모든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도 좋습니다 내가 세상의 꽃들과 들풀 숲의 색을 모두 훔쳐올테니 전부 그대의 것 하십시오 그러니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2021. 11. 1. 서덕준, 가로등 가로등 서덕준 어둠 속 행여 당신이 길을 잃을까 나의 꿈에 불을 질러 길을 밝혔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는 일쯤은 포기하기로 했다. 2021. 10. 22. 서덕준, 너를 쫓는 근위병 너를 쫓는 근위병 서덕준 저기 저 하늘 좀 봐 달이 손톱처럼 실눈 떴다 네 손톱일까? 어쩐지 살구색 노을이 네 뺨을 닮았다 했어 갈대가 사방으로 칭얼댄다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겠지 어느덧 네 짙은 머리칼처럼 하늘에도 먹색 강물이 흐른다 너를 향해 노를 젓는 저 달무리를 봐 머리 위로 총총한 별이 떴구나 마치 네 주근깨 같기도 해 그래 맞아 그만큼 어여쁘단 뜻이야 저기 저 들꽃 좀 봐 꽃잎이 사정없이 나풀거린다 네 눈썹일까? 아니면 네 입술일까? 2021. 10. 19. 서덕준, 마르지 않는 강 마르지 않는 강 서덕준 처음 마주치는 순간 너는 큰 강이 되어 나에게 흐르고 나의 마음을 가로질렀다 하는 수 없지, 차마 건널 수 없어 평생을 너의 강변에 걸터앉아 네가 마르기를 기다릴밖에. 2021. 10. 18. 서덕준, 휘청 휘청 서덕준 왜 이리도 징검돌을 허투루 놓으셨나요. 당신 마음 건너려다 첨벙 빠진 후로 나는 달무리만 봐도 이제는 당신 얼굴이 눈가에 출렁거려 이다지도 생애를 휘청입니다. 2020. 5. 1. 이전 1 다음